내 부모 얘긴줄 알았네
여자는 19살에 임신하고 겁이나서 낙태 수술함. 그리고 또 임신을 했는데 낙태 또 하면 불임이 될 수 있다고 의사가 겁을 줘서 어쩔 수 없이 애를 낳았고 그게 나임
남자는 얼떨결에 처자식이 생긴게 귀찮았음
돈 벌면 술 마시고 써대는 습관을 못고쳐서 집에 월급 가져다 주는걸 아주 아까워했고, 여자는 그런 남자에게서 한 푼이라고 뜯어내려고 악착같이 매달리면서 두 사람은 물과 기름처럼 겉돌았음
여자는 결혼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나에게 풀었고, 뭔가 화가 나서 기분이 틀어지면 개 잡듯이 나를 두들겨 팼음. 3~4살때부터 여자에 대한 기억이 내 머리채를 잡고 내던지는 장면이니 뭐 말 다했지
손찌검을 하면 최소 30분에서 길게는 두 시간을 맞았음
오죽했으면 주인집 아줌마가 말리러 왔을까... 동네에서는 계모라는 소문이 돌았고, 여자는 자신의 광기를 자식을 엄하게 키우는 맹모에 비유할 정도로 파렴치한 면도 있었음
내가 성인이 된 후에야 여자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었음
내 배로 낳은 자식이지만 얘때문에 발목이 잡혔다고 생각하니, 보고 있으면 마냥 이쁘지가 않았음. 어렸을때 손을 잡고 걸어본 적이 없고 생존에 필요한 밥과 옷, 그리고 교과서 정도만 책임져주는 관계였음
한 번은 나를 어디 부잣집에 버리고 도망칠 생각도 했었다고 얘기함. 자기 딴에는 내가 널 안버리고 키웠노라 자랑스레 내보이는 말이었는데, 실은 자식을 내다버리고 새출발할 용기가 없었을 뿐이었음.
새 인생을 도모할 용기도 없었고, 현실을 감내할 인내심도 없었으니 이로부터 파생되는 모든 스트레스, 분노를 어린 나에게 퍼부었던거고, 내가 머리가 굵어진 후에는 가증스럽게도 '너를 엄하게 키우느라 그랬다'는 변명도 간간히 해댐
지금은 여자와의 관계가 남이나 마찬가지임
어쩌다 전화가 와고 용건만 말하고 끊는 관계이고, 나도 길게 얘기하면 마음이 불편함
지금은 두 사람이 언제 죽더라도 별로 슬프진 않을거같음.
빨리 치워버리자, 이런 마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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