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환상 속에서 만들어진 게 아닌 진짜 소녀? 이런 워딩을 기획 안에 쓸 때는 그 개념 자체를 돌판에 처음 선보인 게 민희진이란 거 정도는 알았어야지. 소녀시대부터 그런 시도가 있었지만 fx 핑크 테이프에서 민희진이 대상화되지 않은 소녀들의 세계를 이미지화했고 그건 당시로서 파격이었음. 민희진이 그런 이미지를 만들어낸 건 단순히 예뻐보여서가 아니라 매력이라는 것에 대해 철학적으로 탐구함 결과임. 적극적 어필보다는 다소 폐쇄적인 소녀들끼리의 세계. 자기들끼리의 교감. 이런 세계를 그려낸 거고. 10대 여성을 메인 타겟으로 한 것도 그 때부터 강화됨. 그 전까진 이성에게 어필되거나 선망의 대상으로서 이미지가 걸그룹의 대세였다면 민희진은 10대 소녀들에게 감성적인 자기 동일시의 관점을 만들어 줌. 이건 초기작업부터 변치 않는 민희진의 철학임. 이수만은 SMP, 엑소나 에스파처럼 강렬하게 압도하는 무대를 만드는 게 아이돌이라 생각한 것처럼, 민희진은 자기들끼리의 세계에
몰입해있는 가운데 보컬이나 퍼포를 앞세우기보다는 전체 분위기에 녹여내는 걸 지향으로 삼았음. 그룹마다 컨셉이
달라도 10년 넘게 지속되어 온 베이스임. 물론 그 이후 그런 이미지는 케이팝의 여러 장면에서 레퍼런스로 쓰였고 트렌드였다고 볼 수도 있음. 그걸 레퍼런스 삼아 차별화를 주면 또 새로운 컨셉이 나올수도 있고. 하지만 이번 영상에서 드러나듯이 저들은 그 핵심이 뭔지 파악을 못했음. 짭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는 것에 동의함. 짭이 아니라 그들은 그 게 어디서 온 건지도 모르면서 그걸 ‘빼앗으려고‘했음. 그게 보여서 추한 것임. 그냥 일부 비슷한 거로 이렇게 거부감 안남. 여자친구도 소시 데뷔 초기랑 비슷하지만 노래잘하고 괜찮았다고. 그들도 소녀시대를 부정할 생각이 없었고. 근데 아일릿은? 우리가 진짜 소녀다? ㅎㅎ 핑크테이프 티저부터 보고 오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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